제가 너무 싫습니다..

Avatar
119.5.***.*** (119.5.*)
2026.01.20 16:11
고등학생입니다.해야 할 일은 계속 밀려 있고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긴박한 상황인데도 이상하게 낙관적이고 게으른 제 자신이 싫습니다. 꿈은 큰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바뀌려고 부지런해지려고 애써도 길어야 몇 주 정도 버티고 나면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됩니다.정말 죽을 각오로 마음을 다잡아도 며칠만 지나면, 겉으로는 조금 부지런해진 제 모습에 스스로 안도하게 되고, 해야 할 일에 대한 긴장감과 두려움이 풀려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잊어버리게 됩니다. 이런 시간을 보낸 지도 벌써 4년쯤 되었고, 그동안 놓친 것도 많은데 여전히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제 모습을 보면 화가 나고 차라리 죽는 게 더 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자기계발 영상을 찾아보고 인터넷을 뒤지며 하루에 조금이라도, 1퍼센트라도 나아지기 위해 계획을 세워보지만 그것마저도 금세 흐지부지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저도 어떻게든 도움을 받고 싶어서 부모님께 간절히 부탁드리며 “이렇게 해 달라”는 규칙을 제시해 보기도 했습니다. 부모님도 처음에는 저와 비슷하게 열정을 가지고 노력해 주시지만, 며칠이 지나면 그 규칙을 잊어버리고 다시 이전 상태로 돌아가게 됩니다.이 글을 쓰면서도 스스로 어이없다고 느끼는 점은 오늘도 ‘이렇게 안 하면 ㅈ된다’는 마음으로 결심하지만, 내일이 되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거나, 실수로 잠깐 휴대폰을 봤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마음이 풀어지고 해이해진다는 것입니다. 혹시 제가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어서 이렇게 바뀌지 못하는 걸까요?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6:11
187.80.***.*** (187.80.*)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스스로와의 싸움을 반복하며 얼마나 힘들고 지치셨을지, 글 너머로 답답함과 절박함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꿈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바뀌고 싶다는 간절함과 달리 자꾸만 제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에 대한 자책과 환멸감이 얼마나 크실까요. "차라리 죽는 게 더 쉽겠다"는 말씀이 너무나 아프게 다가옵니다.가장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지금 질문자님이 겪고 있는 이 문제가 단순히 의지력이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너무 미워하거나 탓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질문자님께서 묘사해주신 상황들—해야 할 일이 밀려있고 마감이 임박한 긴박한 상황에서도 낙관적이고 게으른 태도, 꿈은 크지만 실행력이 따라주지 않는 모습, 굳은 결심이 며칠을 못 가고 흐지부지되는 패턴, 겉보기에 조금 나아지면 금세 긴장감이 풀리고 심각성을 망각하는 경향, 그리고 스마트폰 같은 작은 자극에도 쉽게 주의가 분산되고 해이해지는 모습 등—은 '성인 ADHD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가진 분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어려움과 매우 유사합니다.물론 이 글만으로 함부로 진단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죽을 각오로 노력하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고 반복적인 실패를 경험했다면, 이는 단순히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신경학적인 특성에서 비롯된 문제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ADHD는 뇌 전두엽의 기능 저하로 인해 자기 조절 능력, 계획 및 실행 능력, 주의 집중력 유지 등에 어려움을 겪는 질환입니다. 이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ADHD가 맞다면, 지금 질문자님은 다리가 부러진 상태에서 정신력으로 뛰려고 애쓰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리 의지가 강해도 다친 다리로는 제대로 뛸 수 없는 것처럼요.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정확한 원인 파악'입니다.더 이상 혼자 자책하며 괴로워하지 마시고,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나 전문 심리상담센터를 방문하여 종합심리검사(Full Battery)나 주의력 검사를 받아보시기를 강력히 권해드립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검사 결과 ADHD로 진단받는다면, 약물 치료와 인지행동치료 등을 통해 놀라울 정도로 증상이 호전되고 실행력이 높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만약 ADHD가 아니더라도, 지금의 반복적인 실패 경험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이어졌을 수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지금 질문자님이 겪고 있는 고통은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겁습니다. 용기를 내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세요. 문제의 진짜 원인을 알고 나면, 스스로를 옭아매던 자책감에서 벗어나 새로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은 결코 게으르거나 의지가 약한 사람이 아닙니다. 단지,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을 뿐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포기하지 마시고 꼭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보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응원하겠습니다.
|